2024년 4월, 대구 수성구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단순한 ‘음주 교통사고’가 아니었습니다. 이 사건은 법의학적 인과관계, 교통사고 역학, 범죄심리, 그리고 법적 책임이 복합적으로 얽힌 대표적인 도주치사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2025년 9월 8일, 부산지법 형사12단독 재판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도주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포렌식 관점에서 조명해보겠습니다.
사건 개요: 음주, 연쇄 추돌, 그리고 사망
◾ 사고 당시 상황
- 일시: 2024년 4월 21일 오전
- 장소: 대구 수성구 시내 도로
- 가해 차량 운전자: 20대 여성 A씨
- 피해 차량: 70대 남성 B씨가 운전 중이던 택시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37%**의 만취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하다가 B씨의 택시를 후방에서 추돌합니다. 이 충격으로 인해 B씨의 택시는 앞서가던 또 다른 택시 및 시내버스를 들이받고 멈춰 섰습니다.
이 사고로 피해자 B씨는 사망했습니다.
포렌식 분석 포인트
1. 혈중알코올농도 0.137%의 의미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기준(0.08%)을 한참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이 수치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신체 상태를 나타냅니다:
- 시야 흐림 및 공간 지각 저하
- 반응 속도 지연
- 판단력 급격한 저하
- 방향 감각 상실 가능성
정상 운전 능력이 완전히 상실된 상태로 평가됩니다.
2. 연쇄 추돌과 사망의 인과관계
A씨 측은 “직접적으로 B씨의 사망을 유발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의학에서는 **직접 원인(direct cause)**뿐 아니라, **간접 원인(indirect or contributing cause)**이 결합해 ‘사망의 촉진 또는 결정 요인’이 되었는가를 중요하게 봅니다.
예를 들어:
- A씨가 낸 충격 → B씨 택시가 다른 차량과 충돌 → 가슴 강타 or 두부 손상 → 내부 출혈 or 심정지
- 이러한 연쇄적 외상이 B씨의 사망으로 이어졌다면, A씨의 행위와 사망 사이에는 의학적-법적 인과관계가 성립합니다.
사망 결과가 A씨의 행위에서 ‘예견 가능한 범위’ 내에서 발생했다면 법적 책임이 인정됩니다.
3. 사고 후 도주: 뺑소니의 판단 기준
A씨는 사고 직후 현장을 벗어났으며, 경찰에 의해 ‘도주치사’로 기소됐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도주의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다음과 같은 점을 근거로 고의성을 인정했습니다:
- 사고 직후 A씨의 현장 이탈 경로 및 시간
- 신고나 구호조치 없이 이탈한 점
- 이전의 집행유예 및 보호관찰 상태였던 점 (재범 가능성 인식)
도주치사의 경우, 도주 및 구호의무 위반으로 인해 사망 결과가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면 가중처벌됩니다.
양형 사유: 왜 징역 5년이 선고되었는가?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요소를 종합 고려해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 피해자 유족이 엄벌을 탄원한 점
- A씨가 이전 마약 사건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및 보호관찰 중이었던 점
- 사고 이후 구호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한 점
- 음주운전이 상습적일 가능성이 있는 점
또한, 사회적 파장이 큰 **‘음주 뺑소니 사망 사건’**이라는 특성상, 공공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필요성도 재판부의 양형에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마무리: 교훈과 과제
이 사건은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닌, 음주운전과 도주의 위험성, 그리고 사망과의 인과관계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법의학적·법률적 사례였습니다.
포렌식적 입장에서 볼 때, 운전자의 상태·차량 충돌의 메커니즘·부상 양상·사망 시간 및 원인 분석은 모두 법적 책임 판단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음주운전은 단순 실수가 아니라, 예견 가능한 치명적 결과를 유발하는 중범죄입니다.
관련 법조문 요약
-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3(도주치사): 사고 후 피해자를 유기하거나 도주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짐.
- 도로교통법 제54조(사고 발생 시 조치): 사고 시 즉시 정차하고 구호조치를 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뺑소니로 간주.
과학수사저널 기사보기
https://www.kfj.co.kr/news/articleView.html?idxno=602
마약 전과 20대 여성, 음주운전 도주치사…징역 5년형 - 과학수사저널
만취 운전으로 1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8일 부산지법 형사12단독 재판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상 도주치사 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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