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5월 21일, 한 군인의 죽음
서울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의 숙소.
그날, 스물두 살의 젊은 중사 이예람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처음 군 당국은 ‘사고사’라고 밝혔지만, 곧 이어진 진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녀는 두 달 전 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이를 신고한 뒤 조직 내에서 고립과 2차 가해에 시달렸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마지막까지 디지털 기록을 남겼습니다.
그 기록들은 결국 법정에서 그녀의 ‘디지털 유서’가 되었습니다.
삭제된 메시지, 진실을 말하다
사건 수사 당시, 국방부 검찰단 포렌식팀은 이예람 중사의 휴대폰을 분석했습니다.
삭제된 문자와 카카오톡 메시지가 복원되었고, 그 안에는 그녀의 고통과 외침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계속 왜 신고했냐고 한다.”
“부대에서는 내가 문제라는 식으로 몰아간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이 메시지들은 결국 법정에서 ‘디지털 유서’로 인정받았습니다.
그녀의 마지막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녹음 파일, 은폐의 흔적을 드러내다
이예람 중사는 생전에 법률 및 심리 상담을 받으며, 일부 대화를 녹음해 두었습니다.
복원된 파일에는 군 간부들의 은폐 시도가 생생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조용히 덮고 넘어가자.”
“괜히 일 크게 만들지 말자.”
“너도 잘못한 게 있지 않느냐.”
녹음된 이 육성 파일은 수사기관과 군이 부인하던 ‘축소·은폐’ 시도를 증명하는 결정적 증거가 되었습니다.
통화 내역과 위치 기록, 고립의 증명
그녀의 통화기록은 단순한 목록이 아니었습니다.
사건을 신고한 이후, 간부들의 끊임없는 통화 시도와 압박은 시간순으로 추적되었습니다.
가장 마지막 순간, 그녀가 가족과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흔적도 남아 있었죠.
또한 기지국(Cell Tower) 데이터를 통해 부대 내에서 그녀가 고립되며 이동한 경로도 복원되었습니다.
그녀의 고립은 단지 심리적인 것이 아닌, ‘물리적 고립’이었던 셈입니다.
군 내부 서버, 축소 지시의 흔적들
군의 전자결재 시스템과 내부 이메일 서버 분석 결과는 또 다른 진실을 보여줍니다.
사건 접수 이후, 결재가 상신과 반려를 반복하며 지연된 기록,
담당 간부들 사이의 이메일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남아 있었습니다.
“최대한 조용히 내부에서 처리하자.”
“이걸 민간에 넘기면 일이 커진다.”
이 기록들은 결국 검찰 특검에 제출되어, 군의 조직적 축소 시도를 입증하는 데 활용되었습니다.
그녀의 마지막 증거, 디지털이 지켜냈다
처음 군은 이예람 중사의 죽음을 ‘과로사’ 혹은 ‘개인적 문제’로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남긴 디지털 기록 — 삭제된 메시지, 녹음 파일, 통화 기록 —
이 모든 것은 거짓을 걷어내고, 진실을 드러내는 강력한 무기가 되었습니다.
고인의 변호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기록들이 없었다면, 진실은 영원히 묻혔을 것입니다.”
디지털 포렌식이 남긴 교훈
이 사건은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 피해자의 디지털 기록은 가장 강력한 생존의 증언입니다.
- 군 성범죄 대응에는 초기 디지털 증거 보존과 독립적 분석이 필수입니다.
현재 군은 사건 발생 시 피해자 기기 포렌식 보존과 독립 수사기관에 의한 초기 분석 제도화를 추진 중입니다.
기록은 남았고, 진실은 드러났다
이예람 중사의 죽음을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들은 세상을 움직였습니다.
디지털 포렌식은 그녀의 침묵을 목소리로 바꾸었고,
더 이상 감춰질 수 없는 진실로 세상을 향해 외쳤습니다.
앞으로도 디지털 포렌식은 침묵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로 남을 것입니다.
출처:
국방부 검찰단 ‘故 이예람 중사 사건’ 수사 결과 보고서 (2021~2022)
과학수사저널 기사보기
'과학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렌식 인사이트] 데이터가 말한 진실 - 황우석 줄기세포 조작 사건을 되짚다 (0) | 2025.06.16 |
---|---|
탐욕의 불길, 디지털 흔적이 진실을 말하다 - 2025 호프집 방화 참사 심층 리포트 (5) | 2025.06.13 |
[해외] ‘크레이그리스트 킬러’를 추적한 흔적들 (2) | 2025.06.11 |
술통 속의 진실 – 과학수사의 출발점이 된 한 여고생의 죽음 (2) | 2025.06.10 |
[해외] “그를 다시 데리러 가야 했나요?” (3) | 2025.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