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개요: 기술 유출의 전말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AI 반도체 스타트업 A업체의 대표 B씨를 불구속 기소하고, 함께 기술 유출에 가담한 직원 2명을 구속했습니다.
피의자들은 모두 고급 반도체 설계 능력을 갖춘 사피온 출신 인물들로, 특히 B씨는 사피온 R&D센터의 센터장으로 근무하던 핵심 인물입니다. 이들은 2023년 3월부터 2024년 6월 사이, 사피온의 AI 반도체 핵심 기술 자료를 외장하드 및 개인 클라우드로 불법 반출한 뒤, 자사가 설립한 A업체의 기술 개발에 이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이 유출한 자료는 단순한 기술 문서가 아니라, 반도체 칩의 아키텍처 구성도와 데이터 흐름, 내부 블록의 상호 작용 방식 등이 포함된 설계도 수준의 핵심 기밀입니다. 검찰은 이 자료의 가치를 약 280억 원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포렌식의 시선: 어떻게 유출이 밝혀졌는가?
이번 사건은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가 2025년 3월 수상한 정황을 포착하면서 수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검찰과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분석 기법을 통해 기술 유출의 실체를 밝혀냈습니다.
1. 외장하드 및 클라우드 저장 기록 분석
포렌식 분석팀은 피의자들의 퇴사 직전 외장하드 사용 이력, USB 연결 로그, 클라우드 업로드 기록을 수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사항이 확인되었습니다.
- 외장하드에 저장된 폴더명 및 문서 메타데이터에 사피온 프로젝트명이 포함되어 있었음
- 퇴사 직전 수일 간 대용량 파일 이동 흔적이 로그에 남아 있었음
- 개인 클라우드 계정에 저장된 문서 중, 사피온 내부 기술명과 일치하는 파일 다수 존재
2. 이직 시점과 파일 접근 시간의 일치
피의자들은 기술 유출 직후 A업체로 이직하였으며, 해당 시점과 기술자료 파일의 최종 수정일 및 열람일이 일치했습니다. 이는 기술 자료가 퇴사 전후 연속적으로 사용되었다는 정황을 뒷받침합니다.
3. 자료 활용 흔적
A업체 내부에서 개발 중인 AI 반도체 제품의 초기 설계안 중 일부 코드 및 아키텍처 구조가 사피온의 기술과 상당 부분 유사하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습니다. 포렌식 분석을 통해 코드 유사도 분석, 설계 문서 비교 등의 방식으로 실질적 기술 활용 여부를 검토했습니다.
회사 측 해명과 반론
A업체는 입장문을 통해 강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논리를 주장했습니다.
- 자사 기술(VDPU)은 벡터 데이터베이스 가속기이며, 사피온이 개발한 NPU(신경망 처리 유닛)와 기술 목적과 설계 철학이 전혀 다르다.
- 문제의 기술자료는 일부 전직 직원이 개인 백업 용도로 보관한 것일 뿐, 회사 차원의 조직적 유출이나 활용은 없었다.
- 보안 규정 강화 및 교육 확대를 통해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술 유출의 법적 쟁점
이번 사건은 단순히 파일을 무단으로 반출했다는 차원을 넘어, 다음과 같은 법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국가가 보호하는 첨단 기술 자료를 외부로 유출하거나, 경쟁 목적에 사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타사의 영업비밀을 부정한 방법으로 입수하거나 이용하는 것은 부정경쟁 행위에 해당합니다.
- 업무상 배임: 재직 중 알게 된 기업 정보를 개인 또는 타 기업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것으로 간주됩니다.
디지털 포렌식의 교훈: 퇴사 시점이 가장 취약하다
이 사건에서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퇴사 시점이 기업 보안에 있어 가장 큰 리스크 구간이라는 점입니다. 특히 기술 인력이 개인용 저장장치나 클라우드를 통해 데이터를 무단 반출할 경우, 사후 적발이 어렵고 대응에도 시간이 소요됩니다.
예방을 위한 포렌식 기반 보안 대책
- 퇴직자 데이터 반출 관리 강화
- 퇴직 전 최소 30일 동안 파일 이동·접근 로그 감시
- 퇴사 직전 USB 포트 차단, 클라우드 접근 차단 등의 기술적 조치 필요
- 디지털 워터마킹 도입
- 기밀 문서에 디지털 워터마크를 삽입하여 추후 외부 유출 시 출처 추적 가능
- 정기적인 내부 포렌식 감사
- 기술 인력이 많은 기업일수록 정기적으로 PC, 서버, 네트워크 로그 분석을 통한 이상 징후 탐지 필요
- 클라우드 사용 통제 및 로깅
- 기업 기기에 로그인된 클라우드 서비스 기록은 자동으로 백업 및 감시
맺으며: 기술 보호는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
AI 반도체는 이제 국가 경쟁력의 핵심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기술 개발의 선두주자로 도약하기 위해선, 기술 유출에 대한 강력한 감시와 예방 시스템 구축이 필수입니다. 이번 사건은 단지 몇몇 직원의 일탈로 보기엔 그 여파가 너무도 큽니다.
디지털 포렌식은 사후 대응의 수단을 넘어서, 이제는 기업 보안 전략의 중심 축으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기술을 지키는 것이 곧 회사를 지키는 것이며, 더 나아가 국가 산업의 기반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과학수사저널 기사보기
https://www.kfj.co.kr/news/articleView.html?idxno=523
AI 반도체 첨단기술 빼돌린 혐의…스타트업 임직원 재판행 - 과학수사저널
국내 AI 반도체 개발회사에서 퇴직하며 핵심기술을 빼돌려 회사를 차린 스타트업 대표와 직원이 재판에 넘겨졌다.6일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는 산업기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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